'이번 달 마케팅은 잘 된 것 같아요.' '고객 반응이 괜찮은 것 같던데요.' '팀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습니다.' 이 문장들의 공통점은 '같다'라는 표현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느낌과 인상이 판단의 근거가 라는 거다. 이것이 감(感)으로 움직이는 조직의 특징이다.
감에 의존한 경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창업자의 직관과 시장에 대한 감각은 분명히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팀이 커지고 의사결정의 빈도와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감에만 의존하는 경영은 한계에 부딪힌다. 데이터 기반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고객 유입 가능성이 23배, 고객 전환 가능성이 6배, 수익 창출 가능성이 19배 높다. 이 수치가 보여주듯 데이터 경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다.
스타트업 운영 효율화 전략 시리즈
#1. 운영 효율화의 본질
#2. 프로세스 디자인 전략
#3. 데이터로 움직이는 조직 만들기
데이터 경영의 기본: 측정 가능한 목표 세우기
데이터 경영의 출발점은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매출을 늘린다', '고객을 확보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와 같은 목표를 세우고 만족한다. 방향은 맞지만 측정이 불가능한 목표다. 언제, 얼마만큼 달성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개선이나 판단의 기준도 될 수 없다.
측정 가능한 목표를 만들기 위해서는 SMART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효과적인 KPI를 설정하려면 SMART 원칙, 즉 구체적(Specific), 측정 가능(Measurable), 달성 가능(Achievable), 관련성(Relevant), 기한이 정해진(Time-bound) 조건을 갖춰야 한다. '고객을 확보한다'는 목표는 '이번 분기 말까지 신규 유료 전환 고객 수를 월 30명에서 50명으로 늘린다'로 바뀌어야 진짜 목표가 된다.
목표가 측정 가능해지면 두 가지가 가능해진다. 현재 상태와 목표 사이의 거리가 보이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방향이 잡힌다. 이것이 데이터 경영의 첫 번째 기반이다.
효율을 입증하는 KPI 설계법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를 추적하는 지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에서 KPI를 형식적으로만 세운다. 많은 기업에서 KPI를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더구나 KPI와 실제 업무 관리가 별개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이런 분리는 일상 업무와 회사의 목표 사이의 연결성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 결과 KPI는 해야만 하는 추가 작업으로 여겨지며 실제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살아있는 KPI를 설계하려면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적을수록 강하다.
KPI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KPI가 너무 많으면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희석된다. 스타트업 단계에서는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핵심 KPI를 3~5개로 제한하고 모든 팀원이 그 숫자를 외울 수 있을 만큼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 선행 지표와 후행 지표를 구분하라.
후행 지표(Lagging Indicator)는 이미 일어난 일을 측정한다. 매출, 이익, 고객 수 등이 대표적인 후행 지표다. 문제는 이 숫자가 나쁠 때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선행 지표(Leading Indicator)는 미래 성과를 예측하는 지표다. 주간 신규 가입자 수, 영업 미팅 건수, 콘텐츠 클릭률 같은 것들이다. 후행 지표만 보는 팀은 사후 대응만 하게 된다. 선행 지표를 봐야 미리 움직일 수 있다.
셋째, KPI는 전략 목표와 연결되어야 한다.
KPI는 재무적 지표와 비재무적 지표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또한, 조직의 전략적 목표와 일치해야 한다. 부서와 팀 그리고 개인의 KPI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야 효과적이다. 영업팀의 KPI가 계약 건수인데 회사의 전략적 목표가 고객 만족도 향상이라면 두 지표는 충돌할 수 있다. KPI를 전략 목표의 연장선에서 설계해야 조직 전체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도입된 이후 감으로 판단하던 일들이 객관적 지표로 평가되면서 연간 전략 목표 달성률이 52% 증가한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목표와 현재 위치를 정확히 이해하게 되면서 한 방향으로 정렬된 조직 문화가 형성된다. KPI는 숫자 관리 도구가 아니라 조직의 방향성을 일치시키는 정렬 도구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에 맞는 데이터 수집 · 시각화 전략
KPI를 설계했다면 그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어떻게 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과도한 시스템을 구축하려다 지치거나 반대로 엑셀 파일 하나에 모든 것을 관리하다가 혼란에 빠지는 경험을 한다.
스타트업에 맞는 데이터 수집 전략은 '지금 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부터'다. 모든 데이터를 다 모으려 하지 말자. 지금 당장 그리고 가장 장 중요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 저장, 권한, 보안 및 품질 관리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 품질과 정확도가 보장되지 않으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데이터를 모았다면 그것을 팀이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활용하기 좋은 데이터 시각화 도구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비개발자 중심 팀이라면 Looker Studio가 현실적인 선택이다.
Looker Studio는 복잡한 SQL 쿼리나 프로그래밍 없이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데이터를 시각화할 수 있으며 드래그 앤 드롭 방식과 950개 이상의 데이터 커넥터로 다양한 소스의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다.
Google Analytics, Google Ads, Google Sheets 등 이미 사용 중인 구글 서비스와 즉시 연동할 수 있고 무엇보다 무료다. 마케팅 성과, 트래픽 현황, 매출 추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빠르게 구성할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운영하는 팀이라면 Metabase가 강력하다.
Metabase는 오픈소스 BI 도구로 완전히 무료인 커뮤니티 에디션을 제공한다. 직관적인 UI를 통해 코딩 없이도 대시보드와 시각화를 만들 수 있다. PostgreSQL, MySQL, BigQuery 등 다양한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할 수 있어 스타트업과 소규모 팀에 특히 적합하다.
중요한 것은 도구보다 습관이다. 아무리 좋은 대시보드를 만들어도 팀이 주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주간 미팅을 시작할 때 대시보드를 먼저 열고 숫자를 보면서 지난주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하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데이터 시각화의 진짜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다.
데이터 문화 정착을 위한 리더십의 역할
도구를 도입하고 KPI를 설계하는 것은 기술적인 작업이다. 하지만 데이터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문화다. 그리고 문화는 리더에서 시작된다.
감이나 추측이 아닌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과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문화는 성공적인 조직 운영의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이 문화는 선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업자와 리더가 매일 행동으로 보여줄 때 조직 전체로 퍼진다.
리더십이 데이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실천해야 할 행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견보다 데이터를 먼저 요청하라.
팀원이 '이 캠페인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보고하면 '어떤 숫자를 근거로 하는 건가요?'라고 되묻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 한 가지 질문 반복으로 조직 전체가 데이터를 준비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둘째, 데이터로 인한 나쁜 소식을 환영하라.
숫자가 나쁠 때 숨기거나 축소하는 조직은 데이터를 두려워하는 문화를 만든다. 반대로 '이 지표가 하락했군요. 원인이 무엇인지 같이 봅시다'라는 반응은 데이터를 신호로 대하는 문화를 만든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모니터링, 평가, 개선이 필요한 지속적인 프로세스다. 나쁜 데이터도 더 나은 결정을 위한 재료다.
셋째, 작은 데이터 기반 결정 사례를 팀과 공유하라.
'이번에 A안과 B안을 A/B 테스트해 보니 B 안이 클릭률이 32% 높았어요. 그래서 B안으로 결정했습니다'와 같은 작은 사례들이 팀 전체에 공유되면 구성원들은 데이터로 결정하는 방식을 직접 목격하고 배운다.
넷째, 데이터 접근성을 열어두라.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는 조직이 좀 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하도록 지원하는 분석, 시각화, 도구, 모범 사례 등을 말한다. 데이터가 특정 직무나 특정 사람에게만 독점될 때 나머지 팀원은 여전히 감으로 일하게 된다. 핵심 대시보드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필요한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회사의 방향성이 대표의 정성적인 판단에 의해 설정되거나 프로덕트의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회사가 위기로 몰 수 있다. 데이터 문화를 뿌리내리는 것은 창업자 개인의 감에 기대지 않고 팀 전체가 같은 현실을 보며 함께 결정하는 조직을 만드는 일이다.
데이터로 움직이는 조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KPI를 설계하며 시각화 도구를 통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리더가 행동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차곡차곡 쌓일 때 완성된다. 이 과정이 완성된 조직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을 넘어 같은 현실을 공유하는 팀이 된다.
다음 편에서는 효율화의 또 다른 핵심 축인 사람 - 팀 구조와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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